여행 에피소드 모음집 썸네일형 리스트형 Episode 6. 3600km의 거리, 11번째 길. 프로 순례러 소피(Sophie) (2) 산티아고 순례길 16일째가 된 날이었다. 로베르토(Roberto)를 다시 만나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던 이 날은 'San Pedro de Pria'라는 조그마한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숙소는 초록빛 들판이 넓게 펼쳐진 언덕 위에 있는 아주 낡지만 커다란 집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바닥에 곳곳에 세월의 먼지가 많이 묻어있었지만, 이상하게 아늑한 느낌도 드는 곳이었다. 방에 있는 완전히 닫히지도 않는 조그마한 창문 뒤로는 푸른 들판과 회색 빛 돌 산이 보였다. 기분 좋은 샤워를 마치고 젖은 옷을 빨아 널었다. 숙소 오른편에 있는 그늘 밑 소파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같이 걷는 친구들과 함께 여러 수다를 떨었다. 숙소 한 켠에 있는 쉼터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해가 지는 저녁, 숙소 바로 앞쪽에 있는 오래.. 더보기 Episode 5. 쇼핑백 순례자, Shoony Poony '션' 앞선 '소피' 에피소드에 등장한 아일랜드 청년 '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서로 처음 본 건 산티아고 순례길 첫 날이었다. 소피와 같이 첫 날의 힘겨운 언덕 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마주치게 되었는데, 첫인상이 굉장히 강렬했다. 나뿐만아니라 그를 처음 본 모두에게 그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손에 든 쇼핑 백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가 도시를 여행하는 평범한 여행자였다면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테지만,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곳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힘든 고난의 길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쇼핑백이라니! 백팩을 메고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는 그 묘한 조합이 신기하면서도 마치 동네 마실을 나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고 있는 쇼핑백에 웃음이 나오는건 자연스.. 더보기 Episode 4. 3600km의 거리, 11번째 길. 프로 순례러 소피(Sophie) (1)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 중엔 대단한 스펙을 가진 순례자 친구가 있었다. 후에 같이 걸으며 제일 소중한 친구가 되었던 그 친구와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날, 앞선 로베트로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지막지한 경사가 있는 언덕을 넘어야하는 날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넘어야한다기보단, 언덕을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언덕을 우회해 갈 수도 있었지만 언덕위에 올랐을 때 내려다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힘듦과 아름다운 풍경을 맞바꾸는 순례자스러운 교환을 좋아한다. 언덕 위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뒤 따라오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 중에 소피(Sophie)가 있었다. 소피(Sophie)와 나는 서로.. 더보기 Episode 3. 이탈리아 작은 마을 시장님, 로베르토(Roberto)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한 첫날의 일이다. 가파르기로 유명한 언덕을 넘어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뜨거운 햇빛 아래 땀을 많이 흘렸는지 목이 너무 말랐다. 작은 가게를 들려 콜라 한캔을 사온 뒤 벤치에 앉아 마셨다. "크으~~" 천상의 맛이었다. 목의 따가움을 한껏 즐기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두 명의 순례자도 옆 벤치에 앉아 나와 같이 콜라를 사서 마시고 있었다. 미친 듯이 걸은 뒤 마시는 콜라의 즐거움을 아는 순례자들로써 대화를 주고받지 않을 수 없었다. 로베르토(Roberto)와 사라(Sarah)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온 순례자들로, 이름은 각각 로베르토(Roberto)와 사라(Sarah)였다. 둘은 원래 친구는 아니고, 오늘 처음 만나 같이 걷고 있다고 했다. 간단한 통성명을 한 뒤 자연스럽게 같이.. 더보기 Episode 2. 100유로짜리 알베르게와 유교남자 호세(Jose) *알베르게(Albergue) :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호스텔과 같은 숙소를 통칭하여 이르는 말 이번 에피소드는 앞선 에피소드와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헤수스(Jesus) 할아버지를 만나 달콤한 맥주와 생수를 지원받은 뒤, 든든한 몸과 마음으로 다음 마을인 주마이아(Zumaia)로 향했다. 약 5km 정도를 더 걸어 겨우 마을에 도착했을 때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듣게 됐다. 이 마을에도 남은 침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음 마을까지 가야 하나 생각 했지만 가장 가까운 마을이 8km 떨어진 곳이었고, 만약 걷는다 해도 잠잘 곳이 있는지도 불확실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벤치에만 앉아있다가 문득 옆을 보니 다른 순례자 한명이 옆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보기 Episode 1. 길 위의 헤수스(Jesus)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불리는 대성당을 향해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길들은 가톨릭의 12 사도 중 하나인 '산티아고' 또는 '야고보'라고 불리는 성인의 유해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안치되었다는 소문에 각지의 순례자들이 유해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지 2일째였다. 머무르기로 생각했던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에는 한창 철인 3종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마을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열렬히 응원하는 관광객들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충격적 이게도 남은 침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이 걷던 이탈리아 친구들과 함께 잠자리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탈리아 친구..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