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녹아버린 돌기둥과 신앙심' ☞ 상 도밍고 성당(Igreja de Sao Domingos)
- '푸른 바다와 파란 셔츠' ☞ 아우구스타 개선문
- '부둣가에서 느낀 산뜻한 음식과 낮의 여유' ☞ 코르메시우 광장, Yellow 식당
-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 ☞ 산타루치아 전망대
- '떠나보낸 자들에 대한 슬픔, 파두(Fado)' ☞ 파두 공연장(Fado in Chiado)
'녹아버린 돌기둥과 신앙심'
▶상 도밍고 성당
리스본 이튿날 내가 처음으로 들린 곳은 '상 도밍고 성당'이라고 불리는 작은 성당이었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눈을 의심했다.
성당을 이루고 있는 기둥과 천장, 동상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무늬들인지, 어떤 건축 기법들인지 생각했다.
둘러보다가 안내판을 발견했다.
<1755년 11월 1일, 대지진이 리스본을 강타했다. 세상의 종말처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고, 무너진 건물들 곳곳에서는 불길들이 피어올랐다.>
그랬다. 그건 특별한 무늬나 기법이 아니라 리스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돌들이 녹아내린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 단단한 돌이 녹아내렸다니... 그때의 화재가 얼마나 심했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찾아보니 하필이면 대지진이 발생한 그날,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귀족들과 서민들, 종교인들이 성당들에 모여있었고, 그로 인해 성당들이 가장 피해가 컸다고 했다. 그리고 신실했던 그들이 재난을 피해 가지 못한 것들을 보며 사람들 사이에선 종교에 대한 불신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굳건했던 신앙심들이 마치 불에 녹아내린 돌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철학과 과학 등 새로운 흐름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리스본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재건되어 새로운 계획도시로 탄생했다. 지금의 넓은 도로들과 광장들, 거리에 서있는 수많은 건물들 모두 그때 지어진 것들이었다.
그때서야 리스본에서 보았던 거리의 모습들과 풍경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푸른 바다와 파란 셔츠'
▶아우구스타 개선문
아우구스타 개선문을 지날 때였다.
맑은 남성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개선문 아래에서 한 남성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단추 몇 개를 풀어헤친 파란 셔츠를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의 모습은, 푸른 바다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정열적인 포르투갈 사람들을 연상하게 했다.
가만히 서서 그의 음악을 들었다.
감동을 자아내는 실력의 노래는 아니었지만 선선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그런 노래였다.
노래가 끝난 뒤 가볍게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하는 그의 모습과 얼굴의 미소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남은 여행이 덕분에 즐거워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중에 있던 동전 2유로를 그의 동전통에 넣었다.
2유로로 듣는 사람들의 기분을 하루종일 좋게 만들어주다니, 그의 불공정거래가 고마웠다.
'부둣가에서 느낀 산뜻한 음식과 낮의 여유'
▶코르메시우 광장, Yellow 식당
코르메시우 광장으로 나오니 넓게 펼쳐진 대서양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배가 고파졌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닷가 옆에 있는 야외 테라스를 가진 식당을 찾았다.
일행과 나는 헤비 하지 않게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주문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고구마 퓌레 위에 문어를 얹고 새콤한 소스로 마무리 한 음식이었다.
새콤한 맛과 달콤한 맛의 조화가 산뜻하게 느껴져서 날씨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
▶산타루치아 전망대 가는 길
산타루치아 전망대로 향하는 언덕을 걷다가 트램을 봤다.
리스본과 잘 어울리는 노란색의 28번 트램이었다. 찾아보니 리스본 시내의 유명한 관광지 대부분을 지나가는 노선으로 인기 있는 트램이었다.
난 도시를 여행할 때 교통수단을 타기 보단 걷는 것을 선호한다.
도시를 걸으며 여행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걸어 다니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을 눈으로 보고, 길거리의 소음들을 귀로 듣고, 도시 곳곳에서 나는 냄새를 코로 맡고, 바람과 햇살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피로함 마저 그 도시의 이미지가 되어 내 온몸에 새겨진다. 이렇게 도시 전체를 흠뻑 느끼다보면, 단순히 머리와 눈으로 기억하는 걸 넘어서 온몸으로 도시를 기억할 수 있다.
또, 우린 무언가를 기억할 때 맥락으로 기억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도시를 걸으며 여행하는 것은 기억력에도 도움이 된다. 보통 이동의 과정이 생략되는 교통수단에 비해, 도시를 걸어서 이동하다보면 이동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으로 기억에 남게 된다. 단순히 관광지만이 머릿속에 떠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다 보니 맥락으로 기억하는 우리의 방법과 딱 맞는 여행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눈부신 햇살과 뜨거운 햇빛을 뚫고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맨들맨들해진 돌바닥을 걷던 그 길.
산타루치아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아직도 내 머리에 선명하다.
'떠나보낸 자들에 대한 슬픔, 파두(Fado)'
▶파두 공연장(Fado in Chiado)
미리 예약해 두었던 '파두(Fado)' 공연시간이 다가와 급하게 전망대를 내려왔다.
다행히 서둘렀던 덕분에 시간 맞춰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파두'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민요 중 하나로 이 음악의 기원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다. 그중 나는 '바다 사람들의 애환과 향수가 담긴 절절한 음악'이라는 설명을 좋아한다.
노래에서 '바다라는 험한 삶의 터전으로 떠난 남자들을 향한 아내와 자식의 그리움과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바다로 떠나보낸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돌이 되었다는 슬픈 망부석들도 떠올랐다.
공연이 끝난 후 밖에 나왔을 땐, 낭만 가득한 해양 도시가 대지진의 아픔과 바다를 둘러싼 삶의 애환과 정서가 느껴지는 도시로 변해 있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리스본 둘째 날의 풍경들>
<시선이 지나간 곳>
https://www.google.com/maps/d/edit?mid=1r6Neqn9uwg9T2UpIK1pqa-2Eh-n1GSM&usp=sharing
리스본 2일차 - Google 내 지도
리스본 2일차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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